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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림 교수] 이제는 비판의 언론이 필요하다

‘정론직필(正論直筆)’.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곧 언론의 길이라는 뜻이다. 언론이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 가치이자 지극히 옳은 말이다. 그러나 거짓과 왜곡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과연 정론직필이 온전히 가능할까? 창간호를 여는 이 지면에서, 이 물음은 새로 출범하는 공론장에 던지는 첫 질문이다.

 

단테의 『신곡』에는 목이 거꾸로 꺾여 앞으로 걸을 수 없는 영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아무리 앞을 보려 해도 과거만 바라보며, 원치 않아도 늘 뒤로 물러서는 형벌을 받는다. 창간의 이 순간에 우리가 마주한 현실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하려 해도, 아무리 바른 사실을 전하려 해도, 그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대를 우리는 통과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언론이 ‘정론직필’만을 외치며 비판의 기능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시대착오다. 언론의 핵심 책무는 비판이며, 지금처럼 그 기능이 절실한 때는 없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사실처럼 포장된 거짓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선출 권력에 대한 우상화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문장을 곡해해,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절대적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일이다. 그 결과 선출된 대통령이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위험한 착각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독재의 논리이며, 히틀러가 내세웠던 전체주의적 사고와 다르지 않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무제한의 권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헌법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반드시 헌법의 한계 안에서, 법과 절차의 통제 아래 행사되어야 한다. 선출 권력이라 해서 법 위에 설 수 없으며, 국민의 위임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나라는 법에 의한 통치를 받는 시민의 공동체이지, 법 위의 통치를 용인하는 공동체가 아니다. 창간의 초심으로 이 원칙을 되새겨야 한다.

 

히틀러 시대의 나치를 비판한 말 가운데 “모든 것이 허위다”라는 표현이 있다. 허위가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진실한 보도와 바른 주장이 불가능하다. 우리 속담에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옳은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언론에는 그 반대의 결기가 필요하다. 옳지 않은 길이라면 옳은 길로 만들고, 그릇된 말이라면 바른 말로 바로잡는 적극적 비판의 실천이 필요하다. 지금 시작하는 헤드라인 21은 비판을 통해 공익을 실현하는 길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시대의 언론은 단순히 옳은 말을 전달하는 기관이 아니라, 거짓을 드러내고 허위를 진실로 바꾸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정론직필의 정신 위에 비판의 사명을 더하는 언론, 곧 공론장의 자율성과 책임을 지키는 언론이야말로 오늘 우리 사회가 간절히 요구하는 언론의 모습이다. 헤드라인 21의 창간이 그 책무에 대한 공개적 서약이 되길 바란다.


이제는 비판의 언론이 필요하다. 그 첫걸음이, 헤드라인 21에서 시작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