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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군인의 사기는 예산에서 나온다: 제대군인 정책의 패러다임 대전환

서울희망포럼 연대와소통위원회 위원장 홍순화

 

휴전국 대한민국의 안보 허리, 부사관이 무너지고 있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존립을 위한 ‘안보 투자’의 관점에서 처우 문제를 재정의해야 할 때다.


최근 초급 간부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더 이상 군 내부의 푸념이 아니다. 대한민국 안보의 중추인 부사관과 초급 장교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으며, 이는 곧 국가 안보의 공동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제대군인 및 현역 간부 정책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안보 자산에 대한 투자’라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맞이해야 한다.

 

■ ‘편의점 알바’보다 못한 시급, 무너지는 자부심
2024년 기준 하사 1호봉의 기본급은 187만 7,000원이다. 같은 기간 법정 최저임금인 206만 740원보다 약 18만 원이 적다. 각종 수당을 합쳐야 겨우 최저선에 턱걸이하는 실정이다. 24시간 당직을 서고 받는 당직비는 평일 2만 원 수준으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1,000원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에 2025년 기준 병장 월급(지원금 포함)이 205만 원까지 인상되면서, 책임과 의무가 훨씬 무거운 초급 간부가 병사보다 실질 수령액이 적거나 비슷한 ‘봉급 역전 현상’이 현실화되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이 "값싸게 소모되고 있다"는 회의감으로 변하는 순간, 군의 기강과 사기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 숙련도 저하가 부르는 안보 공백의 악순환
부사관은 첨단 무기 체계를 운용하는 실질적인 전문가 집단이다. 처우 악화로 인한 하사·중사급 베테랑들의 중도 포기는 단순한 인력 유출이 아니라 ‘안보 숙련도의 단절’을 의미한다.
인력이 부족해지면 남은 인원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추가적인 전역을 부르는 악순환을 낳는다. 지금 초급 간부 처우 개선에 투입될 예산을 아끼려다가는, 향후 무너진 숙련도를 회복하기 위해 수십 배의 국방 예산을 쏟아부어도 전력을 복구하지 못하는 ‘안보 가성비의 역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보상’에서 ‘생존’으로,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제 제대군인 정책은 다음의 세 가지 방향으로 완전히 새로 쓰여야 한다.

 

첫째, 처우 개선을 ‘복지’가 아닌 ‘예방적 안보 전략’으로 보아야 한다. 군의 허리가 무너지면 국가가 없다는 위기의식 아래, 간부 처우 개선비를 소모성 비용이 아닌 필수적인 안보 유지 비용으로 규정해야 한다.

 

둘째, 직업 군인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정신력만을 강요하는 시대는 끝났다. 전문직에 걸맞은 합당한 대우와 사회적 존중이 전제될 때 비로소 건강한 애국심이 싹틀 수 있다.

 

셋째, 입대부터 제대 이후까지 연결되는 ‘생애 주기적 안보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제대 후 국가가 나를 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는 군대에는 미래가 없다. 현역 시절의 헌신이 제대 후 사회적 자산으로 연결되는 연속성이 확보되어야만 우수 자원의 유입이 가능해진다.

 

■ 국가 안보의 진정성은 예산의 규모로 증명된다
낙후된 처우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안보 비용을 개인의 희생으로만 때우려 한다는 방증이다. 군인의 사기는 입으로 하는 격려가 아닌, 실질적인 예산과 정책적 배려에서 나온다.

 

“군인의 사기는 예산에서 나오고, 그 예산의 규모가 곧 국가 안보의 진정성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명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군을 대하는 철학과 존중의 변화 없이는 대한민국 안보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