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 산하 병원이 환자의 성 정체성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 위기에 처했던 기독교인 간호사에 대한 조사를 전격 철회했다. 이번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생물학적 성별 인정 문제를 둘러싼 영국 내 사회적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
24일 현지 언론과 시민단체 크리스천 컨선 등에 따르면 영국 서리주 에프섬 및 세인트 헬리어 병원 재단은 소아성애자 수감자를 생물학적 성별로 지칭해 정직 처분을 받았던 간호사 제니퍼 멜에 대한 모든 내부 징계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건은 멜 간호사가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한 수감자에게 임상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환자는 생물학적 남성이지만 자신을 여성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며, 멜 간호사가 자신을 여성으로 부르지 않자 인종차별적 욕설과 신체적 위협을 가했다. 당시 상황은 보안 요원이 개입해야 할 정도로 긴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병원 측은 환자의 위협보다는 멜 간호사의 오성별 지칭을 문제 삼았다. 병원은 2024년 10월 멜 간호사에게 서면 경고를 보낸 데 이어, 이듬해 3월에는 그를 잠재적 위험 인물로 규정해 간호조무사 위원회(NMC)에 보고하고 정직 처분을 내렸다. 병원 측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조사하겠다고 통보했으나, 멜 간호사는 이를 내부 고발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며 맞서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정치권과 여론은 거세게 반발했다. 보수당의 클레어 쿠티뉴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8명은 병원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해당 조사가 심각하게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며 재고를 강력히 촉구했다. 결국 병원 측은 여론의 압박 속에 열린 두 번째 내부 심리 끝에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하며 사건을 종결지었다.
멜 간호사는 징계 철회 직후 이번 결정이 길고 고통스러운 여정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NHS 정책이 생물학적 성별을 인정하는 법적 기준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건 당시 중재를 거부하고 반성문 작성을 권고한 왕립 간호대학(RCN)의 대응에 깊은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비록 내부 징계는 일단락됐으나 법적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멜 간호사는 오는 4월 고용 법원에 출석해 병원 측의 괴롭힘과 차별, 종교 및 양심의 자유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향후 영국 의료계 내 성 정체성 관련 지침 수립과 관련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