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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국방

국방비 1.8조 집행 지연.. 안보 공백 넘어 경제 불안 확산

전력 운영 차질·방산업계 자금 경색 현실화
재정경제부 해명에도 우려 커져

 

연말·연초 국방 예산 약 1조 8천억 원이 제때 집행되지 않으면서 군 전력 운영 차질과 방산업계를 중심으로 한 경제 불안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전력운영비와 방위력개선비 지급이 지연되며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부대 운영에 영향을 미쳤고, 일부 방산업체에서는 자재 대금과 인건비 결제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1월 6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연말 세출 수요가 집중되면서 일부 예산 집행이 지연됐다”며 “법적으로는 연초까지 집행이 가능하고, 현재는 순차적으로 지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고 자금 유입 구조상 연말·연초에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이 현장의 혼란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방부는 예산 요청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선 부대에서는 실제로 예산이 내려오지 않아 훈련과 운영 계획을 조정해야 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방산업계 역시 자금 흐름 차질로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치권의 비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최보윤은 “국방 예산 집행 실패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라며 “부처 간 책임 공방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예산 미지급이 군 전력 운영에 그치지 않고 방산 생태계와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번 사태는 국방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현 정부의 재정 운용 전반에 대한 불안과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복지·현금성 지원 확대 등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이 잇따르면서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고, 국민연금 등 사회적 안전자산을 재정 운용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국민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 안보 예산마저 제때 집행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부의 재정 관리 우선순위와 위기 대응 능력 전반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과거에도 연말 예산이 일부 이월되는 사례는 있었지만, 국회에서 승인된 국방비가 대규모로 집행되지 못해 군 전력 운영과 방산업체 결제에 동시에 영향을 준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안보 예산은 단순한 회계 수치가 아니라 전력 유지와 방산 산업, 나아가 국가 경제의 신뢰를 동시에 떠받치는 기반이다. 집행 지연이 반복될 경우 군 대비 태세의 약화라는 안보 공백은 물론, 방산업계와 관련 산업 전반에 불안이 확산되며 국가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확한 책임 규명 없이 정부의 설명만 반복된다면, 안보 불안과 함께 국가 경제 위기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