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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행범 명예교수, “우파 정신 지우는 국힘의 자해행위”

김행범 명예교수, SNS 통해 국힘의 반복된 악수와 우파 정신 파괴 비판

 

국힘 의원들이 결국 결의문 형식으로 “윤석열 절연”을 선언했다. 역사의 반복은 가혹할만큼 정확하다. 박근혜 탄핵 후 당시 여당 국회의원, 자칭 우파 미디어 논객들이 박근혜와 절연하라며, 탄핵을 수용해야 한다는 따위의 자해 행위를 벌였다.

 

우리 시대 한국 정치의 기이한 장면의 하나는 우파 대통령이 줄지어 탄핵을 당하건만, 그 당 의원들이 탄핵당한 자파 대통령과 절연하자는 데 거의 만장일치이고, 부정 선거 논란은 많은 이에게 많은 의혹을 준 이상 당신의 개인적 믿음 여부를 떠나 철저한 공식 검증이 필요함에 반대할 이유가 없건만 그에 대해 가장 극렬하게 반대하는 측은 놀랍게도 여당이 아니라 같은 우파(혹은 우파로 여겨졌던) 무리라서 좌파 진영 선거본부팀의 대변인은 할 일이 없다는 점이다.

 

우파 시민의 ‘박근혜 탄핵 반대’나 ‘윤 어게인’ 슬로건은 그들을 글자 그대로 대통령에 복위하자는 뜻이 아니다. 누구나 이를 안다. 부당한 탄핵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기본 인식을 지키자는 것이 그 본질이며, 대통령의 복위는 우파 혁명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윤석열이나 박근혜, 아니 그게 누구였든 부당한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본 정신은 어떤 레토릭으로라도 보존하고 지켜야 할 우파의 정치적 자산이다. 그럼에도, ‘탄핵을 강을 넘어가자’라는 로망 가득 말로 박근혜를 몰아낸 것이나, 탈당 혹은 실질적 출당으로 이미 내버린 윤석열을 다시 절연하자는 결의는 무의미하고도 역겨운 짓이며 큰 악수다.

 

정치 이념에는 단기의 정책 성과나 개별적 선거 승패와 무관하게 보존되어야 할 가치나 정신 요소가 있다. 정치인 윤석열 개인을 떠나, 대통령을 이렇게 쫓아내는 것이 부당하다는 우파의 정신적 자산을 국힘 스스로 박멸한 것이다. 그의 탄핵 재판 최종심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당신들이 내렸다.

 

국힘의 눈은 우파 국민이 아니라 좌파 두령, 그 진영의 미디어, 좌파 투표자에게로 가 있다. 그들을 두려워하고 그 표를 얻으려 하고 그들이 조종하는 미디어를 주목하며 그들의 비위에 맞추려고 고심한다. 갈멜산에서 바알 신을 부르느라 제 몸을 손상해 피를 흘리면서까지 울부짖던 바알 선지자같은 자들아. 목소리를 더 높여 봐라. 혹 저쪽 좌파 신, 좌파 투표자가 표를 던져줄 지 모른다. 제 몸에 이리 칼질을 하건만 ‘저쪽 님’은 끄떡도 없다. 이쪽의 자해가 심해지면 받아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윤석열 절연을 외쳤더니 오히려 이제 ‘윤석열 사형이 마땅하다고 말하라’고 요구한다. 그것까지 순종해 봐라. 이제 그들은 당신에게 칼을 주며 ‘윤석열의 목을 직접 베어 보여라’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것까지 하고 나면? 내란 정당 지지에 진정 죄책감이 있다면 당신이 자살하여 그걸 증명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악과 진지하게 거래한 자는 결국 모두 악이 된다.

 

당대표 홀로 싸우는 당인 줄 알았으나 선언에 가담한 무리를 보니 세비 받는 자들이 그 당에 백 명이 넘으니 놀랍다. 광화문 길거리에 그 치열한 싸움의 현장에는 보이지도 않던 자들이 건강하게 의원총회장에 나타났다. 하인리히 뵐의 책 타이틀《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는 역사의 죄악 현장에 대한 당신의 알리바이를 묻는 질문이다. 당신들은 윤석열 한 개인을 떠나, 우파의 정신적 자산 요소를 탈탈 버리는 데 가담하고 있었다. 당신들에게 이제 무엇이 남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