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인수 제안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이 관세 위협 철회라는 국면 전환을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와 유럽 우방국을 상대로 강도 높은 경제적 압박을 이어가다 나토(NATO)와의 협의를 통해 한발 물러섰다.
이번 사안의 배경에는 북극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북극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북극항로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 해로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상업·군사 경로가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는 해당 해로와 인접 지역을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하고, 무상 투자나 개발을 명분으로 항만, 공장, 군사 시설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일부 시설은 미국의 외교적 압박으로 계획이 중단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은 북극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유럽 국가들 간 대응에는 온도 차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덴마크는 그린란드의 주권국이지만, 현지 군사 인프라는 개썰매와 제한적 시설 수준에 불과하다. 캐나다와 영국 등 일부 동맹국들은 경제적 관계를 중국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려는 이중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대응에 있어 미국과의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며 매입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덴마크 정부와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이후 그는 그린란드 방어를 위해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르웨이 총리에게 노벨 평화상 선정을 언급하며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부 유럽 언론은 이를 동맹국을 상대로 한 압박 외교의 사례로 해석했다.
그러나 현지 시각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직후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린란드와 북극 지역 전반에 대한 향후 협력의 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협의의 핵심 배경으로 북극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꼽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북극해 인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초음속 탄도미사일 기지를 다수 배치해 미국을 향한 전략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해당 미사일들은 대부분 비행 경로가 그린란드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이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그린란드에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방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은 영토 소유권 확보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과 자원 개발을 포함한 북극 안보 협력에서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가에서는 관세 압박이 협상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북극 해로를 둘러싼 군사·경제 이해관계가 국제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충돌하고 조정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편 캐나다는 이번 사태를 자국의 북극 주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보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일방적인 압박에 대해 우방국 간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동맹 간 신뢰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보스 연설 과정에서 캐나다의 안보 역할을 언급한 발언을 두고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전면적인 외교 충돌로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북극해를 둘러싼 해로·자원·군사 전략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라고 평가한다. 북극 지역을 둘러싼 강대국 간 경쟁이 향후 국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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