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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안공항 참사, 마지막 장애물은 콘크리트 둔덕이 아니었다

피할 수 있었던 비극 앞에서 선택된 침묵과 책임 회피
진심어린 유가족 위로, 재발방지 안전대책 수립

2026년 1월 8일 보도를 통해 국토교통부가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돼 온 로컬라이저, 즉 활주로 말단 콘크리트 둔덕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단을 처음으로 시인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고 발생 1년이 지난 뒤였다. 이 대목은 단순한 입장 변화가 아니라, 그동안 무엇이 책임의 논의 밖으로 밀려나 있었는지를 되짚게 한다.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는 2024년 12월 29일, 179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 숫자 하나만으로도 국가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참사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진상 규명은 지연됐고, 책임의 초점은 구조가 아니라 개인에게 기울어 있었다.

 

사고 직후 정부와 관계 당국의 설명은 항공기 이상 가능성, 항공사 책임, 조종사 판단에 맞춰졌다. 공항 시설과 설계, 안전 기준 문제는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됐다. 그러나 이후 확인된 사실은 달랐다. 엔진 고장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조종사들은 매뉴얼을 준수했고, 화재를 억제했으며, 동체 착륙까지 성공시켰다. 이는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아니라, 대응의 적절성을 평가해야 할 사례였다.

 

그럼에도 항공기는 멈추지 못했다. 다수의 분석과 용역 결과에서 지목된 결정적 변수는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이었다. 해당 구조물이 없었다면 생존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졌을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참사의 성격이 개인의 판단 문제가 아니라, 공공 인프라의 설계·관리 실패라는 점이 분명해진 이유다.

 

문제는 그 이후의 대응이다. 구조적 원인이 제기됐음에도, 정부의 초기 설명과 해명은 공항 설계와 안전 기준보다 조종사와 항공사 책임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구조와 제도의 문제는 뒤로 밀렸고, 책임의 방향은 아래로 이동했다. 국토부의 뒤늦은 시인은 그동안 책임이 어디에서 비켜서 있었는지를 거꾸로 보여준다.

 

무안공항의 문제는 우발적인 사고로 설명될 수 없다. 이 공항은 운영 부진 끝에 재가동됐지만, 충분한 안전 재점검과 구조 개선 없이 위험 요소를 안은 채 운항을 재개했다. 안전 기준은 존재했지만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관리 책임은 여러 단계로 분산돼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은 ‘무안공항 참사’가 아닌 여객기 사고, 항공기 사고로 불렸다. 장소와 구조가 지워질수록 공항 운영과 시설 관리 책임도 함께 흐려졌다. 책임을 특정하지 않는 언어는 책임을 묻지 않는 정치로 이어졌다.

 

참사 1년이 지났지만 유가족 앞에 제시된 것은 형식적인 사과뿐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보듬을 정책적 대안이나 진정성 있는 응대도 보이지 않는다. 핵심 자료의 충분한 공개도, 책임자와 진상의 명확한 규명도 없다. 조종사는 의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구조를 승인하고 방치한 책임 주체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역시 확인되지 않는다.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구조물을 그대로 둔 책임은 분명 존재한다. 그 책임을 끝내 규명하지 않는다면, 이번 참사는 과거의 사건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무안공항 참사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전국 공항 곳곳에 무안공항과 유사한 위험 요소가 남아 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공항별 구조물과 안전 설계에 대한 전면적이고 세밀한 점검, 그리고 제도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조종사들은 할 일을 다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국가와 책임 주체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