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이름으로 정치적 자산을 축적해 온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8일 이재명 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로 지명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그의 단순한 정치적 행보의 변화에 있지 않다. 그동안 비판해 온 경제 정책 노선, 즉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와 원칙을 완전히 뒤집는 선택을 했다는 데 있다.
이혜훈은 진보좌파 정부의 포퓰리즘 경제 정책을 줄곧 비판해 왔다. 재정 팽창과 국가 개입 확대가 초래할 위험을 경고하며 시장과 책임의 원칙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만약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이러한 보수의 가치와 궤를 같이했다면, 이번 선택을 둘러싼 논란도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바로 그 정책 노선을 비판해 온 인물이 그 정책을 집행·총괄하는 자리에 나섰다는 점에서 ‘배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나온 그의 발언은 의문을 더 키웠다. 그는 과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혔다. 정책과 정치 모두에서 기존 입장을 한꺼번에 뒤집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성찰이나 책임의 언어는 없었다. 후회는 말로 했고, 선택은 권력으로 했다. 원칙이 아니라 자리를 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그 과정 어디에서도 보수의 가치에 대한 설명이나 설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정책의 방향, 국가 재정에 대한 철학, 보수가 견지해 온 기준에 대해 그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권력의 자리에 서겠다는 선택만 있었을 뿐, 그 선택을 정당화할 가치의 언어는 없었다.
그럼에도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발언이 부담이 될까 SNS 기록을 비공개로 돌리고, 충분한 설명이나 사과 없이 지명을 맞았다. 이는 소신 전환이라기보다 흔적 지우기에 가깝다.
이혜훈 사태의 배경에는 국민의힘 내부의 끝없는 분열과 혼돈도 자리하고 있다. 가치와 노선은 흐려지고, 계파와 이해관계가 정치의 기준이 된 구조에서 배신을 단죄할 원칙은 사라졌다. 침묵과 방관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변절이 일탈이 아니라 생존 방식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혜훈을 즉각 출당 조치한 국민의힘의 결정은 최소한의 선을 그으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늦었지만, 배신에는 정치적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혜훈 사태는 보수의 또 하나의 상처이지만, 동시에 분명한 전환의 기회이기도 하다. 배신과 분열, 무원칙의 정치를 계속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이 사건을 계기로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울 것인지 선택은 분명하다. 보수는 이제 더 이상 사람을 쫓을 것이 아니라 가치를 세워야 한다. 자유시장과 책임, 법치와 국가라는 기본 원칙을 다시 분명히 세울 때, 보수는 혼란을 멈추고 대안 세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혜훈 사태가 추락의 연장이 아니라 보수 재건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