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증시가 주요국보다 훨씬 큰 폭으로 급락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흔들렸지만 한국 증시의 낙폭이 특히 크게 나타나면서 국내 경제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8.37포인트(12.06%) 하락한 5093.54로 마감했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기록된 하락률(-12.02%)을 넘어선 역대 최대 낙폭이다.
코스닥 지수도 14.00% 급락하며 사상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두 시장 모두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매매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시장 전반에 공포 심리가 확산됐다.
이번 급락은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한국 증시의 낙폭은 특히 컸다.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 시장도 하락세를 보였지만 낙폭은 대체로 수 퍼센트 수준에 그쳤다. 반면 한국 시장은 두 자릿수 급락을 기록하며 충격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산업 구조가 이러한 충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 중심 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 지정학적 불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다.
여기에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도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주요 대형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환율과 물가 압력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50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1800원대를 넘어서는 등 물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고환율·고유가·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경우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증시 급락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5일 논평을 통해 정부의 경제 대응이 미흡하다며 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과 시장 메시지가 투자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과 금융시장 일부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가 시장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와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고, 이는 국내 증시와 실물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응 속도와 정책 신뢰가 향후 금융시장 안정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