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이 인도양 차고스 제도의 향후 지위를 둘러싼 논의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이 모리셔스에 차고스 제도 주권을 이전하는 기존 합의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에 주둔한 미군 핵심 기지의 안보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는 최근 차고스 제도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의가 재개됐음을 확인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당 합의가 안보 측면에서 신중히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이후 이뤄진 조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SNS를 통해,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위치한 미군 전략기지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영국의 주권 이전 계획이 안보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지역이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국의 전략적 관심 대상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서방 진영의 안보 균형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차고스 제도는 영국의 탈식민화 과정에서 모리셔스로부터 분리됐으며, 국제사법재판소는 2019년 이 분리가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영국은 모리셔스에 주권을 이양하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최소 99년간 임차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연간 임차 비용은 최소 1억6천만 달러로 알려졌다.
디에고 가르시아는 중동과 인도·태평양, 아프리카 전역을 아우르는 미군의 핵심 전략 거점으로, 장거리 폭격기 운용과 군수·정보 작전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재 약 2,500명의 군인과 민간 인력이 주둔 중이며, 이 중 다수는 미국 측 인원이다.
스타머 총리는 중국 방문길 기내에서 차고스 제도 문제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해 왔다고 밝혔으나, 최근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해당 사안이 직접 논의됐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영국 총리실은 미국 측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정부는 앞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 정부가 합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해당 절차를 약 3개월간 유보한 바 있다. 이후 미국 측이 기관 차원의 검토를 거쳐 원칙적인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근 발언을 계기로 재조율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영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문제 제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 정치인들은 차고스 제도와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문제가 단순한 주권 이전을 넘어, 미·영 동맹과 국제 안보 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차고스 제도 합의의 향방은 미·영 관계뿐 아니라 인도양 지역의 안보 구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전략적 이해를 어떻게 조율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