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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을 기리다”… 승패를 넘은 MLB의 잊혀진 역사적 경기

1970년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동서 올스타 헌정전, 야구로 하나 된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에는 수많은 명경기가 존재하지만, 기록이나 영상보다 ‘의미’로 기억되는 경기도 있다. 1970년 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 특별한 경기가 바로 그 사례다. 이 경기는 승부보다 가치가 앞섰고, 야구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음을 보여준 순간으로 남았다.

 

1970년 3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는 동서 메이저리그 클래식(East-West Major League Baseball Classic)이 열렸다. 이 경기는 1968년 암살로 세상을 떠난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기리기 위한 헌정 경기였다.

 

당시 메이저리그 24개 구단에서 선발된 선수들이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출전했고, 선수와 지도자를 포함해 23명이 훗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한 팀은 조 디마지오가, 다른 한 팀은 로이 캄파넬라가 맡아 지휘했다. 코치진에는 샌디 코팩스, 새철 페이지, 스탠 뮤지얼, 래리 도비 등 당대 최고의 인물들이 포진했다.

 

관중석에는 약 3만1천 명이 모였고,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였던 재키 로빈슨과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도 현장을 찾았다. 코레타 스콧 킹은 시구를 맡아 경기의 상징성을 더했다.

 

이 경기는 킹 목사 암살 이후 혼란에 빠진 미국 사회 속에서 야구인들이 내놓은 하나의 응답이었다. 선수들은 남부기독교지도자회의(SCLC)와 논의해 추모 경기와 기금 모금을 결합한 행사를 기획했고, 이를 통해 킹 목사를 기리는 추모 사업과 기념관 건립을 지원하고자 했다. 준비 과정의 문제로 당초 계획보다 1년 늦게 열렸지만, 선수들의 참여 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방식 또한 상징적이었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가 아닌 동부·서부 디비전으로 팀을 나눠 경기를 치렀고, 이는 과거 니그로리그 동서 올스타전을 연상시키는 구성이었다. 프랭크 로빈슨, 윌리 스타젤, 로베르토 클레멘테, 행크 애런, 피트 로즈 등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 그라운드에 섰다.

 

당시 23세였던 레지 잭슨은 훗날 이 경기를 두고 “결과보다 그 자리에 함께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던 경기”라고 회상했다. 일본 원정 중이던 윌리 메이스는 이 경기를 위해 도쿄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날아와 대타로 출전한 뒤 다시 팀에 합류했다. 그는 당시 “이 경기는 놓칠 수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경기는 동부 팀의 5-1 승리로 끝났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수는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반면 선수들이 공통으로 기억하는 것은 경기 전 울려 퍼진 킹 목사의 연설 일부, 그리고 인종과 팀을 넘어 하나로 뭉쳤던 그날의 분위기였다.

 

반세기가 넘은 지금, 동서 메이저리그 클래식은 자주 언급되는 이벤트는 아니다. 그러나 이 경기는 메이저리그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표현했던 드문 사례로 남아 있다. 누가 이겼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기렸는지가 중요했던 하루였다. 야구는 그날, 한 인물을 추모하며 미국 사회를 잠시나마 하나로 묶었다.

* 매년 열리는 DREAM 시리즈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