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이민 확대 정책이 ‘우수 인력 유지’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혔다. 최근 발표된 통계 보고서들은 캐나다 정부가 인재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이들을 정착시키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높은 자격 장벽과 생활고에 지친 고숙련 이민자들이 캐나다를 떠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캐나다가 인재들의 ‘정착지’가 아닌 ‘경유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시민권 연구소(ICC)와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18년 사이 캐나다에 정착한 이민자 5명 중 1명(약 20%)은 영주권 취득 후 25년 이내에 캐나다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위나 전문 기술을 보유한 ‘고숙련 이민자’의 이탈률은 일반 이민자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타 국가 대비 낮은 임금 수준, 높은 소득세 부담,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상승한 주거비와 생활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캐나다 특유의 폐쇄적인 전문직 자격 인증 시스템 역시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본국에서 의사·간호사·엔지니어로 활동했던 전문가들이 캐나다에 입국하면 이른바 ‘캐나다 경력(Canadian Experience)’의 벽에 가로막힌다.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과 수년의 시간을 투자해 재시험과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캐나다 내 수련 기회(Residency)는 극히 제한적이어서 실제 면허 취득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결국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민자들은 전공을 포기하고 글로벌 차량 호출 플랫폼 우버 (Uber)의 운전 기사나 식당 서빙, 마트 계산원, 보안 요원 등 저숙련 노동 시장으로 유입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는 캐나다를 두고 “전 세계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우버 운전기사들이 모인 나라”라는 자조 섞인 표현도 등장했다. 현지 거주자들과 이민자들 역시 “정부는 의사와 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을 선별해 유치하지만, 정작 복잡한 자격 인증 절차로 이들이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연봉 10만 달러를 벌어도 대도시의 높은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고소득 전문직조차 삶의 질 저하를 체감하며,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한 뒤 미국이나 타국으로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와 현장 여론을 종합해 보면, 이민 정책의 성패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받아들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유지하는가’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고숙련 인력의 유출이 캐나다의 장기적인 경제 성장과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는 이민자 수용 규모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해외 경력 인증 절차의 간소화와 주거 안정 등 이민자들이 실질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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