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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반

낙태·유산 여성 10명 중 4명, 20년 지나도 '심각한 비애' 시달려

자신의 가치관과 배치되거나 강요된 낙태일수록 '지속적 비애 장애' 위험 급증 연구진 "낙태 후 스트레스 2년 내 사라진다는 기존 통념 뒤집는 결과"

낙태나 유산을 경험한 여성의 약 40%가 사건 발생 20년 후에도 여전히 극심한 슬픔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낙태 후 겪는 심리적 고통이 일시적이라는 기존의 일부 학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라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공개된 임신 손실 비애에 관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유산이나 낙태를 경험한 미국 40대 초반 여성들을 무작위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39%가 "부정적인 감정의 최악 상태가 평균 20년 동안 지속된다"고 응답했다.

 

연구팀은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을 낙태 수용 정도와 자발성 여부에 따라 분류했다. 조사 대상 중 자신의 가치관과 배치되지만 낙태를 수용한 비율이 35.5%로 가장 높았으며, 자발적 낙태(29.8%), 원치 않은 낙태(22.0%), 강요된 낙태(12.7%)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신의 신념에 반하거나 원치 않는 낙태, 혹은 강요에 의해 낙태를 한 여성(전체의 70.2%)에게서 '지속적 비애 장애(PGD·Prolonged Grief Disorder)'의 위험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강요에 의해 낙태를 한 여성의 경우 PGD 발생 위험이 53.8%로 가장 높았으나, 자발적으로 낙태를 원했던 여성군에서는 13.9%로 낮게 나타났다.

 

지속적 비애 장애는 급성 슬픔이 통합적 슬픔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정체되는 현상으로, 신체 건강 악화는 물론 대인관계와 일상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에서 높은 수준의 비애를 겪는 여성들은 악몽, 플래시백(과거의 트라우마가 갑자기 떠오르는 현상), 침습적 사고 등을 호소했으며 이는 직장 생활과 인간관계 유지에 실질적인 방해 요인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낙태 후 여성들이 죄책감으로 인해 상담이나 종교적 고백을 꺼리면서 비애가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심지어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중에도 구체적인 질문을 받지 않는 한 낙태 이력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낙태 후 여성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경미하며 약 2년 후에는 사라진다고 주장해 온 '턴어웨이 연구(Turnaway Study)'의 결론과는 배치된다. 연구진은 낙태 경험이 성적 학대와 같은 외상성 사건처럼 작용하여,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과 유사한 임상 지표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민 단체의 한 관계자는 "낙태로 인한 슬픔은 유산으로 인한 애도와는 다른 죄책감과 후회를 동반한다"며 "떠나보낸 아이의 이름을 짓거나 인정하는 과정이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