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여권 의원 31명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공동 발의했다. 대표발의자는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으로, 국보법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을 들어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공작 활동과 중국발 정보전이 계속 확인되는 시점에 전면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크게 번지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사흘 만에 8만 명이 넘는 반대 의견이 집계되며, 국보법 폐지가 국민 정서와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의 안보 환경에 대한 불안이 사회적으로 확산돼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간첩 실체가 매년 드러나는 상황에서 방어막을 약화시키려는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고, 주진우 의원 역시 “북·중의 위협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시기에 국보법 폐지는 사실상 무장해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북한의 적대 전략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국보안법에 대해 반복적으로 합헌 판단을 내려왔다. 지하조직 활동, 사상전, 체제 전복 시도 등 기존 형법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특수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필요성도 인정돼 왔다.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북한 간첩 사건이 이러한 사회적 우려 확대의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에는 북한 문화교류국 지령을 받아 국내 단체에 침투한 사건이 적발됐고, 2024년 제주에서는 공작기관이 지시한 위장단체 조직 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올해 9월에는 민주노총 전 간부가 북측 지령을 수령해 보고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인정돼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러한 사례들은 북한의 조직적 공작이 과거가 아닌 현재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발 보안 위협 또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쿠팡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에서 중국 국적자가 배후로 확인됐고, 2024년 KT·SKT 해킹 시도에서도 중국 서버 연계 정황이 드러났다. 이와 별도로 중국 국적자들이 국내 주요 군사시설 인근에서 드론 촬영이나 무단 접근 등 안보 관련 사건에 연루된 사례들도 확인되면서 중국발 안보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통적 간첩 공작과 중국의 정보전이 동시에 강화되는 국면이라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전 정부는 과거 중국인 등 외국인의 간첩행위를 현행 법체계만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별도의 간첩죄 제정안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의 공작 활동을 규율할 실효적 법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해 법적 공백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 역시 현 시점의 안보 우려를 더욱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외교·안보 기조가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평가도 국민적 불안 요인으로 거론된다. 대북 정책에서는 강경 발언과 소극적 대응이 반복되면서 실질적 억지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중국 문제에서도 경제·안보 양측에서 명확한 대응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일본 상대 외교에서도 전략적 조정보다는 즉흥적 메시지가 앞서는 모습이 관찰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보법 폐지 논의까지 더해지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가의 기본적 안전장치가 여러 측면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공작과 중국의 위협이 현실로 확인되는 지금, 국보법 폐지는 국가안보 기반을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다른 안보전문가는 “현 상황에서는 간첩죄 처벌 강화와 국보법 보완·강화가 오히려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사흘 만에 8만 명이 반대 의사를 밝힌 민심은 정부와 정치권이 안보 불안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국보법 폐지가 다수 국민에게 국가적 위험 요소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보법 폐지 논란은 법률 개정 이슈를 넘어, 정부·여당의 외교·안보 판단 능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드러내는 지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북·중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전면 폐지 시도는 많은 국민에게 국가의 근본적 안전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논쟁은 이미 국가의 안정과 존립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