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방정부의 전기차 정책이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 시절 도입된 “전기차 판매 의무화 정책”은 2023년 공식 발표돼, 2026년부터 신차 판매의 최소 20%를 전기차로 채우고, 2030년에는 60%, 2035년에는 사실상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었다. 이는 캐나다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교통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자동차 가격 상승, 충전 인프라 부족, 소비자 선택권 침해 논란과 함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2월 7일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따르면, 마크 카니 총리 체제에서 연방정부는 이 전기차 판매 의무제를 공식적으로 폐지하고 새로운 자동차 전략을 내놓았다. 정부는 더 이상 제조사에게 “몇 퍼센트의 전기차를 팔아야 한다”는 직접적인 목표를 강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과 연비 규제를 통해 제조사들이 자율적으로 전기차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제성을 낮추고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의 실질을 들여다보면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강화된 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조사들은 추가 비용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며, 이는 결국 차량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전기차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최대 5,000캐나다달러의 구매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확대 계획을 함께 발표했지만, 전기차 평균 가격이 이미 수만 달러에 이르는 현실에서 이 보조금이 체감 효과를 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조금이 오히려 자동차 업체들의 가격 인상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후 전문가들의 입장 역시 엇갈린다. 환경 단체 일부는 전기차 판매 의무제 폐지가 기후 대응 의지를 약화시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강제 목표보다는 기술 발전과 시장 여건을 고려한 점진적 접근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즉, 목표 자체보다 실행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대체로 이번 정책 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기존 의무 판매제가 공급망과 소비자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규제였다고 주장해 왔다. 새로운 정책은 제조사들에게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하며, 단기적인 부담을 줄였다는 평가다. 반면 국민 여론은 상대적으로 냉담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상당수 캐나다 국민은 2035년 전기차 전환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중·저소득층과 지방 거주자일수록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변화의 핵심 쟁점은 과연 강제성이 실제로 줄어들었느냐는 점이다. 전기차 판매 비율을 명시적으로 강제하지는 않지만, 강화된 규제와 비용 구조를 통해 결과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압박하는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말로는 강제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선택지를 제한하는 구조는 여전히 유지된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초기 구매 비용, 중고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 등 현실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캐나다의 전기차 정책은 ‘강제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그 부담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트뤼도 정부와 카니 정부의 방식은 다르지만, 환경 목표를 최우선에 두고 국민이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선언이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HEADLINE21 Canada Bureau | mia
출처: CBC NEWS
https://www.cbc.ca/news/politics/electric-vehicles-climate-change-mark-carney-9.7078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