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름철 북극해 얼음이 단기간 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던 가운데, 올해 북극해 해빙 관측 결과를 근거로 기존의 기후위기 담론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세계기후지성인재단 한국대사·전 국립환경과학원장)는 최근 북극해 해빙 자료를 공개하며 “9월 하순의 해빙면적은 2007년 이후 전체 범위에서 상위권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를 과거 제기됐던 북극 해빙의 급격한 소멸 전망과 비교하며 이른바 ‘기후 공포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 2007·2012년 최저치 대비 확연한 회복세
미국 국립빙설데이터센터(NS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북극해 해빙은 9월 12일 460만 ㎢까지 줄어들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약 48년간의 위성관측 기록에서 2008년·2010년·2025년과 함께 공동 10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다만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해와 비교하면 올해 해빙 면적은 상당히 넓다. 2012년 9월 17일 북극해 해빙은 339만 ㎢까지 줄어 위성관측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올해 최저면적(460만 ㎢)은 이보다 121만 ㎢ 넓다. 2012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면 약 36% 많은 규모다. 2007년 최저치(약 416만 ㎢)와 비교해도 올해 최저면적은 약 44만 ㎢, 10% 이상 넓은 수준이다.
박 교수는 특히 9월 중순 연중 최저점을 지난 이후 해빙이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그는 9월 하순의 해빙 면적이 최근 20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높은 수준에 있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과거 제기됐던 급격한 북극빙 소멸 전망과 실제 관측 결과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앨 고어의 2007년 인용 전망과 실제 결과의 차이
이와 함께 박 교수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2007년 당시 제기됐던 북극 해빙 소멸 전망도 거론했다.
실제로 고어 전 부통령은 2007년 12월 노벨평화상 수락연설에서 당시 북극 해빙 관련 연구들을 소개하며 "한 연구는 여름철 북극 빙상이 22년 이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고, 미 해군 연구진의 다른 연구는 그 시기가 7년 정도로 짧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고어 전 부통령 자신이 내놓은 독자적인 과학적 예측이 아니라 당시 연구 결과를 인용한 발언이었다.
이후 해당 전망에서 제시됐던 시점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여름철 북극해 해빙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이러한 과거 전망과 현재의 관측 결과를 비교하면서 기후변화를 둘러싼 일부 전망이 지나치게 공포 위주로 전달돼 온 것은 아닌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 박석순 교수 "대기 기온 외 해저 지열·화산·해류 복합 작용도 고려해야"
박 교수는 또한 북극해 해빙 변화를 단순히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로만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역사적·지질학적 근거도 제시했다.
대표적 사례로 1958년 8월 11일 미국 원자력 잠수함 스케이트(USS Skate)호가 북극점 인근에서 얼음이 개방된 수역을 찾아 수면 위로 부상했던 역사적 기록과 당시 뉴욕타임스 보도를 들었다. 기후변화 논의가 본격화되기 훨씬 전에도 여름철 북극해 얼음이 얇아지거나 열리는 현상이 관측되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교수는 "북극 빙하의 변동은 대기 기온뿐만 아니라 해저 지열과 화산, 해류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극해 중앙에는 유라시아 지각판과 북아메리카 지각판이 만나는 ‘개클 능선(Gakkel Ridge)’이 지나고 있어 해저 지열 및 화산 활동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음이 입증되었다는 설명이다.
◆ NSIDC "최근 20년 감소세 평탄화 있으나, 장기 감소 경향은 유지"
NSIDC의 올해 분석에서도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1979년부터 전체 기간을 놓고 보면 북극해 연간 최저 해빙 면적은 10년마다 11.8% 감소하는 장기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20년만 따로 보면 다른 모습도 나타난다. NSIDC는 최근 20년간 9월 최저 해빙 면적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감소세의 평탄화 원인을 놓고는 현재 북극 과학계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NSIDC는 장기적인 북극 해빙 감소 추세 자체가 사라진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자료도 함께 제시했다. 위성관측 약 48년 가운데 연간 최저 해빙 면적이 가장 작았던 20개 연도가 모두 2007년 이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 단기 변동성과 장기 추세, 함께 살펴봐야
결국 올해 관측 결과는 북극해 해빙을 둘러싼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장기적으로 해빙 면적이 과거보다 감소했다는 사실은 관측자료에서 확인되는 반면, 최근 20년 동안 9월 최저면적의 추가적인 감소는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고 과거 제기됐던 단기간의 ‘여름철 북극빙 소멸’ 전망 역시 현재까지 현실화되지 않았다.
박 교수의 문제 제기도 이 지점에 맞춰져 있다. 기후변화 자체의 존재 여부와 별개로 특정 연구나 모델이 제시한 전망을 확정된 미래처럼 받아들이거나 과도한 공포로 확대해서는 안 되며, 과거 전망과 실제 관측 결과를 지속적으로 비교·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극해 해빙을 둘러싼 논쟁 역시 특정 연도의 증감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장기간의 관측자료와 최근의 변화, 과거 전망의 적중 여부를 함께 놓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