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입법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낙태약물 도입을 추진하자, 이를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과 안전성 논란이 불붙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을 담보할 법적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물부터 들여오는 것은 ‘순서가 바뀐 행정’이라는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비판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30일 오전 8시 국회 6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성급한 낙태약물 도입 추진 중단과 국회의 책임 있는 대체입법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단체는 매주 수요일 국회 앞에서 목회자와 의료인, 시민사회 관계자들과 함께 생명 보호를 위한 피켓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군포 밝은빛교회 김인수 목사는 정부의 약물 도입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목사는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국회가 법적 기준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부가 약물 도입부터 추진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행정”이라며 “사회적 기준과 법률이 없는데 행정부가 임의로 기준을 정한다면 국민적 갈등과 생명 보호의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낙태약물이 마치 위험 부담이 없는 간편한 약으로 인식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목사는 “정부 역시 전문의약품으로 관리하며 의사의 진료와 사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해당 약물이 다량 출혈이나 불완전 유산, 자궁외임신 간과 등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충분한 의료·응급대응체계 없이 접근성만 높이는 것은 여성의 안전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약물 도입에 앞서 위기임산부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적 지원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위기임신 상담 및 보호출산 지원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상담 인력 확충과 주거·의료·생계 예산 증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남성의 양육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양육비 국가 선지급제와 미지급자에 대한 제재 조치 등 제도적 보완을 주문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를 향해서도 “말로만 반대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위기임산부를 재정적으로 돕고 출산 후 양육과 입양 사역에 직접 나서야 한다”며 대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종교계의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특정 교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엄과 생명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정당한 시민사회 참여”라고 덧붙였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성급한 약물 도입을 중단하고 국회가 태아와 여성을 함께 보호하는 법률 및 지원책을 마련할 때까지 촉구 행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