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낙태약물의 공식 도입을 본격화하고 나선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규탄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간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낙태약물 도입에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실상 낙태약물 공식 도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민사회가 더욱 강력한 반대 투쟁에 나섰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과 생명운동연합 등 70여 개 생명보호단체는 1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이재명 정부 낙태약물 도입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정부가 발표한 2027년 1분기 낙태약물 도입 방침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국회의 입법권조차 무시한 오만방자한 태도”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법치주의 무시한 졸속 추진과 법적 모순
이들은 성명과 규탄대회를 통해 현재 품목 허가를 신청한 업체가 임신 9주 이내 태아를 대상으로 낙태약물 사용을 신청한 것을 두고 “임신 9주 이하의 태아를 낙태할 것인지를 업체나 정부가 결정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이며, 국회가 법을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약사법상 의약품 허가의 필수 요건인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태아의 사망 및 배출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관련 후속 입법 없이 행정조치만으로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사법 제68조 제4항에 낙태를 암시하는 문서나 도안을 금지하는 조항이 여전히 남아 있고, 의사의 낙태죄는 삭제되었으나 약제사의 낙태죄는 남아 있는 등 행정적 조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법적 모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단계적 도입’ 이면에 감춰진 의료 현장의 위험성
정부는 초기 2년 동안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과 직접 조제·투약을 시행하고, 이후 약국 조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병원에서 투약한다고 해서 태아의 생명을 종결시키는 약물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단계적 도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결국 낙태약물에 대한 접근성을 전면 확대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현장 전문가들의 경고도 이어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대규모 낙태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물 낙태자의 71.4%가 불완전 배출로 인해 추가로 병원 수술을 받아야 했다.
둥지조산원 정승민 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은 저출생과 분만 인프라 붕괴로 의료진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약물 복용 이후 찾아오는 극심한 복통, 대량 출혈, 자궁 파열 등 응급상황을 감당할 의료체계가 충분한지 검증도 없이 정책의 책임을 일선 의료진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세 자녀의 어머니인 배은주 씨 역시 자연유산 당시 겪었던 과다출혈과 응급의 위험성을 증언하며 “약물 유산은 여성을 사각지대의 위험으로 몰아넣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생명운동연합 김길수 목사는 “위기 임신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손쉽게 낙태약을 제공하는 국가가 아니라, 상담과 의료, 주거, 경제적 지원을 통해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 지원체계”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101개국이 허용하고 있다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서도, 합계출산율 0.8명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생명을 보호하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가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근본적인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며, 법률 개정 없는 불법적 낙태약물 합법화 추진을 철회할 때까지 평화적인 시민행동과 반대 운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동물도 보호하는 시대, 태아 생명권 외면… 생명 경시 풍조 만연할 것"
나아가 시민사회는 정부가 본질을 감추기 위해 용어를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는 행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한 생명윤리 활동가는 "정부가 태아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낙태약물을 '임신중지약물'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언어 프레임으로 포장해 공식 도입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하다못해 동물권이라는 이름으로 말 못 하는 동물들까지 보호하는 마당에, 어째서 인간의 생명권은 이토록 쉽게 외면받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마치 양자택일의 대립 구도인 것처럼 몰아가는 젠더페미니즘 사상에 기반해,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더욱 사회에 만연해질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