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신 9주 이내에 사용하는 낙태 약물의 정식 도입 방침을 밝힌 가운데,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국회의 후속 입법과 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과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태여연)은 16일 오전 8시 국회 6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추진을 비판했다. 태여연은 향후 수입품목 허가가 이뤄질 경우 허가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16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임신중지 약물의 정식 도입 방침을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임신 63일, 즉 9주 이내 사용하는 약물의 수입품목 허가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도입 초기 2년 동안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품목허가는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윤 의원은 생명과 기본권에 관한 사안을 입법 공백 상태에서 행정부 판단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낙태와 관련한 후속 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에 관한 문제를 대통령의 지시와 행정부의 판단만으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다만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를 일률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범죄로 인한 임신이나 여성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허용 사유와 임신 주수, 의료절차 및 안전관리 기준을 국회가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임신·출산 지원정책의 방향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산 이후에 집중된 지원에서 벗어나 출생 가능한 임신이라면 국가가 임신 단계부터 여성과 가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임신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여성에 대한 임신수당과 의료비 지원, 임신부 택시 바우처, 출산가정 장기·저금리 주택대출 및 공공주택 지원, 다자녀 가정 주택대출 원금 감면, 보육·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등을 제안했다.
가칭 ‘태아 생명기본법’ 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태아의 생명을 국가가 보호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로 선언하고, 임신한 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근거를 법률로 마련하자는 것이다. 윤 의원은 교육과 문화 콘텐츠를 통한 생명존중 문화 확산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여연은 정부가 실제 품목허가에 나설 경우 법적 대응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양규 태여연 운영위원장은 “2019년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라고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입법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부가 임신 9주라는 기준과 약물 사용·관리체계를 사실상 행정조치로 정하는 것은 법률유보 원칙과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수입품목 허가를 내릴 경우 법률대리인들과 최종 검토를 거쳐 허가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추진하고, 보건복지부 고시나 행정지침 등이 발표될 경우에도 구체적인 내용과 법적 성격을 검토해 헌법소원 등 필요한 법적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봉화 태여연 운영위원장은 국민적 합의와 안전성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단순히 하나의 의약품을 허가하는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 의료윤리와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가 함께 걸린 문제”라며 찬반 양측과 의료계·법조계·생명윤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여연은 약물 사용에 따른 과다출혈과 불완전 유산, 감염 및 응급상황에 대비한 의료체계가 충분히 마련돼 있는지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소년과 의료취약지역 여성의 안전, 정확한 임신 주수 확인, 응급수술 연계, 사후관리와 부작용 보고체계 등에 관한 구체적인 대책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임신중지 약물의 품목허가를 서두르기에 앞서 국회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맞는 후속 입법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며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법률과 의료지원체계를 먼저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정부가 낙태 약물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태아의 생명과 직결된 생명윤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