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도서’ 논란으로 일부 학교와 공공도서관에서 폐기 또는 이용 제한까지 이뤄진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에 대해 국사편찬위원회가 역사왜곡 여부를 검토하거나 심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서출판 보담은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 답변을 공개했다.
국편위는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에 대해 국사편찬위원회는 역사 왜곡 여부를 검토하거나 심의한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보담에 따르면 국편위는 해당 책 자체를 검토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해당 도서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어떤 근거에서 비롯됐는지를 놓고 다시 논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서 시작된 ‘역사왜곡’ 논란
해당 도서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이른바 ‘리박스쿨 논란’과 맞물리면서 정치권과 교육계로 확산됐다.
당시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 책을 ‘리박스쿨 추천도서’ 또는 관련 도서로 거론하며 학교도서관 소장 현황을 조사하고 폐기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리박스쿨을 상대로 제기됐던 ‘극우·편향 역사교육’ 의혹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의 학교 현장 점검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련 늘봄 프로그램 역시 과학과 예술 분야로 운영됐으며 역사 관련 교육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담도 해당 단체와 이 책의 제작·발간에는 어떠한 관계도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도서관의 해당 도서 소장 현황을 조사하거나 폐기·퇴출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편위가 해당 책에 역사왜곡이 있다는 취지의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공식 답변에 따르면 국편위는 해당 책의 역사왜곡 여부를 검토하거나 심의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시민단체 “도서 선정에도 이중잣대”
해당 논란이 확산되면서 실제 일부 학교와 공공도서관에서는 책이 폐기되거나 대출이 제한됐고, 희망도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보담 측은 밝혔다.
이를 두고 학부모·시민단체들은 그동안 학교도서관의 도서 선정과 역사교육에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김정은·시진핑 등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은 일부 도서는 학교와 교육 관련 도서관 등에 비치된 반면, 대한민국 건국과 이승만 전 대통령, 6·25전쟁 등을 다룬 도서에는 ‘역사왜곡’이라는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다룬 일부 교육자료와 도서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일부 학부모·시민단체들은 이른바 성혁명적 가치관을 담았다고 비판받는 자료에는 ‘다양성’과 ‘인권’이라는 기준이 적용되는 반면, 대한민국 건국과 현대사를 보수적인 관점에서 다룬 도서에는 ‘왜곡’과 ‘편향’이라는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한 역사관이나 가치관이 아니라 개별 도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사왜곡이라면 구체적인 근거 제시해야”
이번 국편위 답변이 공개되면서 해당 도서의 역사적 내용을 둘러싼 논쟁과 ‘역사왜곡 도서’로 규정된 과정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특정 도서를 ‘역사왜곡’으로 규정하려면 어떤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다른지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편위가 해당 책을 직접 검토하거나 심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편위의 판단을 근거로 해당 책을 ‘역사왜곡 도서’로 규정했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담 측은 “지난해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국사편찬위원회가 마치 이 책을 ‘역사왜곡’이라고 판단한 것처럼 알려졌다”며 “이로 인해 일부 도서관에서 폐기, 대출 제한, 희망도서 거부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보담 “희망도서 신청으로 다시 만나길”
보담은 이번 국편위 공식 답변을 공개하면서 독자들에게 공공도서관 희망도서 신청도 요청했다.
출판사는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를 도서관에서 다시 만나기 원하시는 분들은 거주하시는 지역의 공공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도서관에서 관련 근거를 요구할 경우 국편위의 공식 답변을 함께 제시해 달라며 “독자들이 직접 책을 읽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번 국편위 답변이 해당 책의 모든 역사적 서술이 옳다고 판단하거나 인증한 것은 아니다.
다만 국편위가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의 역사왜곡 여부를 직접 검토하거나 심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공식 답변을 통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해당 도서를 둘러싸고 확산됐던 ‘역사왜곡’ 논란과 일부 교육현장의 폐기·이용 제한 과정에서 어떤 근거와 판단이 작용했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