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만삭 태아가 제왕절개로 모체 밖으로 나온 뒤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 법원이 산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국민서명운동에 돌입했다.
70여 개 단체로 구성된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이하 태여연)은 8일 성명을 내고 “산모의 주장을 편향되게 해석해 1심 결과를 뒤집은 항소심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대법원에서 판결이 바로잡힐 수 있도록 국민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7월 23일 해당 사건 항소심에서 산모 권모 씨가 모체 밖으로 나온 태아를 의료진이 인위적으로 사망하게 할 것이라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판단해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태여연은 이 같은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에 따르면 권씨는 임신 사실을 확인했을 당시 이미 임신 7개월을 넘긴 상태였으며, 이후 다른 산부인과 두 곳에서 낙태수술을 문의했다. 당시 태아의 심박이 정상이고 한 달 이내 출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두 병원 모두 수술을 거절했고, 이후 다른 병원에서 900만원을 지불하고 낙태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권씨가 낙태를 하면 살아 있는 36주 태아가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태아가 사망하는 장소가 자궁 안인지 밖인지, 어떤 방식으로 사망에 이르는지까지 산모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권씨가 브로커로부터 ‘태아가 사산될 것’이라는 설명을 믿었다고 판단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태여연은 권씨가 해당 설명을 ‘태아가 출산 전 자궁 안에서 사망한다’는 구체적인 의미로 이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낙태 과정에서 살아 있는 태아가 죽을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했을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씨가 자신의 수술과 회복 과정 등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한 사실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도 반박했다.
항소심은 이 같은 행동을 권씨가 모체 밖에서 태아가 사망하게 될 것이라는 상황을 몰랐다는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연합은 “낙태에 대한 형법 규정이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가 처벌받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판단하는 기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여연은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기 위해 의료진의 구체적인 살해 방법이나 장소까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살아 있는 태아의 생명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러한 결과를 감수했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이어 “임신 36주라는 사실과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에도 낙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객관적 사실이 존재한다면 이를 단순히 브로커의 ‘사산된다’는 설명만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36주 태아 사망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산모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항소심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대법원에서 판결이 바로잡힐 때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많은 국민이 이번 사건과 판결의 문제점을 알 수 있도록 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며 참여를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