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허용 범위와 안전관리체계 등에 대한 법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중지약물(낙태약)의 품목허가가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안전성·유효성 검증과 위해성 관리 방안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70여 개 단체로 구성된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이하 태여연)은 1일 “법적 규율체계와 의료안전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의 수입·유통이 먼저 허용될 경우 약물낙태가 사실상 제도화되고,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중대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식약처에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이번 공개질의는 지난달 19일 법제처가 식약처의 질의에 대해 임신중지약물의 수입품목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약사법상 안전성·유효성 등 허가요건을 충족한 경우 수입품목허가는 기속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회신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법제처의 이번 법령해석이 현재 신청된 낙태약 자체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하거나 품목허가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약사법상 허가요건 충족을 전제로 법률적 성격을 판단했을 뿐, 실제 약물의 안전성·유효성은 식약처의 별도 심사 대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법제처가 “임신중단의 허용 주수·사유·절차 등 그 규율체계를 입법적으로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점을 들어, 관련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품목허가부터 이뤄지는 것이 적절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개질의서에서는 국회가 낙태 허용 범위와 사유·절차를 명확히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식약처가 약물의 사용 조건을 먼저 결정할 경우, 해당 허가사항이 의료현장에서 사실상의 낙태 허용 기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품목허가가 국회의 입법을 사실상 대신하지 않도록 어떤 법적·행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 답변을 요구했다.
안전성·유효성 심사 과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공개질의서에 따르면 2021년 7월 최초 품목허가 신청은 식약처의 자료 보완 요구 이후 2022년 신청회사가 자진 취하했다. 2023년 3월 두 번째 신청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이 선행돼야 작성할 수 있는 허가자료가 있다는 이유로 심사가 잠정 중지됐으며, 2024년 12월 세 번째 신청이 이뤄졌다.
이에 과거 미제출·미흡했던 자료가 현재 모두 보완됐는지,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심사 중지 사유가 어떻게 해소됐다고 판단했는지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인 대상 임상시험 또는 가교자료 제출 여부와 중대한 출혈·감염·불완전 낙태 및 후속 수술 등에 대한 응급의료체계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한국인 대상 자료가 없다면 해외 임상자료만으로 안전성·유효성을 판단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지, 자궁외임신 확인과 투약 전·후 진단, 응급상황 발생 시 의료기관 접근과 외과적 처치 체계를 위해성 관리계획 등에 포함할 것인지 식약처에 물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진행 중인 미페프리스톤 안전성 연구도 질의 대상에 포함됐다. FDA의 안전성 재평가 결과를 식약처가 공식적으로 검토할 것인지,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국내 품목허가를 결정한다면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미성년자 보호와 강요에 의한 복용, 대리수령, 불법 전매 및 온라인 유통 등에 대한 안전장치 문제도 제기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허가 임신중지약물의 온라인 불법판매 적발 건수는 2021년 414건에서 2024년 741건으로 증가했고, 올해 1~5월에도 218건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수사 의뢰는 7건이었다.
단체는 이 같은 상황에서 법적·의료적 안전체계가 마련되기 전에 품목허가를 먼저 완료해야 할 불가피한 의학적·공익적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며, 주요 안전성·유효성 심사 결과와 위해성 관리계획을 공개하고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판단할 것을 요구했다.
태여연은 “입법도, 의료체계도, 사회적 합의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낙태약부터 허가할 이유가 없다”며 “식약처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기관이라면 정치적 정책 방향과 독립하여 안전성·유효성을 엄격하게 검증하고, 그 판단 근거와 위해성관리 방안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질의서 접수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서면 답변을 요구하고, 답변이 없거나 불충분할 경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한 자료 제출 요구 및 국정감사 대응,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등의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제처에도 별도의 공개질의서를 보내 품목허가를 먼저 가능하게 한 법적 근거와 국회의 입법형성권 제약 가능성, 태아 생명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의 고려 여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