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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

“법도 없는데 낙태약부터 허가?”…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법제처 해석 강력 규탄

“수입허가가 약물낙태 합법화 의미 아냐…정부 확대해석 말아야”
“허용 주수·안전장치부터 법으로”…강행 시 가처분·고발 예고

 

시민사회단체가 임신중지약물 수입품목허가와 관련한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대해 “약물 수입 가능 여부만 판단했을 뿐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약물낙태 허용범위와 절차까지 합법화한 것은 아니다”며 관련 입법을 우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과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이하 태여연)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질의에 대한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법제처는 지난 19일 식약처의 ‘임신중지약물에 대한 수입품목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질의에 대해 임신중지약물의 수입품목허가가 모자보건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안전성·유효성 등 약사법상 허가요건이 모두 충족됐다면 식약처의 수입품목허가는 ‘기속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태여연은 이번 판단이 어디까지나 ‘수입품목허가’ 가능 여부에 관한 것이라며, 실제 의료현장에서 약물을 이용한 인공임신중절의 허용범위와 절차까지 합법화한 것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제처 스스로 “임신중단의 허용 주수·사유·절차 등 그 규율체계를 입법적으로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질의 역시 수입품목허가의 모자보건법 위반 여부와 허가요건 충족 시 기속행위인지 여부에 한정됐고, 안전성·유효성 등 의약품 허가요건을 갖췄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것이다.

 

반면 실제 약물낙태 시행 과정에서 핵심적인 쟁점인 합법적 허용 주수와 허용 사유, 미성년자 동의 절차, 상담·숙려기간, 강제복용이나 대리수령·전매 방지, 허가주수를 초과한 사용의 법적 성격 등은 이번 법령해석 대상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태여연은 이 같은 입법 공백을 그대로 둔 채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없이 행정절차만으로 임신중지약물 사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어 “낙태의 허용범위와 사유·절차, 미성년자 보호, 상담 및 숙려절차, 불법유통과 강제복용 방지, 의료인의 책임 등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사항은 행정해석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약물의 안전성·유효성뿐 아니라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의료적 안전관리와 부작용·응급상황 대응체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의료·종교계 인사들도 입법 공백과 안전관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오석준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겸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총무는 “생명의 문제는 ‘행정 절차’로 결정할 수 없다”며 이번 법제처 해석이 오히려 현재의 입법 공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오 신부는 법제처 역시 임신중단의 허용 주수와 사유, 절차 등을 입법적으로 명확하게 정비할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생명에 관한 가장 중대한 결정이 국민의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입법이 아니라, 행정적·기술적 절차로 대신 내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태아의 생명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간 조화를 위해서는 약물 접근뿐 아니라 상담과 숙려, 임신 주수 제한, 위기임산부 지원 등 보호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현장에서는 약물 도입에 앞선 안전관리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경아 인천가톨릭대 간호학과 교수는 “정교한 안전망과 사회적 합의 없이 약물 유통부터 행정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자칫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하고 여성과 태아를 정밀한 의료체계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 과정에서 대량 출혈과 불완전 유산, 감염 등 합병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엄격한 의료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수입품목허가와 낙태의 법적 허용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며, 식약처 허가상의 사용 주수가 국회의 입법을 통해 정해져야 할 법적 낙태 허용 주수를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승민 둥지조산원 원장도 법적 기준과 안전장치가 약물 도입보다 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장은 “약보다 먼저 법을 마련하십시오. 허가보다 먼저 안전을 확인하십시오”라며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과다출혈 등 부작용 관리, 미성년자와 위기임산부 보호, 타인에 의한 강제복용 방지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이어 식약처와 복지부가 약물의 안전성·유효성 및 위해성관리계획(RMP)을 국민 앞에 공개하고 의료·응급대응 및 오남용 방지 체계를 구축한 뒤 도입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정부가 법제처의 이번 해석을 임신중지약물 사용의 전면적인 법적 허용으로 확대해석하거나 정책 추진의 우회적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 없이 약물낙태를 강행할 경우 “가처분 신청은 물론 관련 책임자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