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민단체가 국가교육위원회의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에 대해 정치·이념적 편향을 막을 실질적인 안전장치가 빠져 있다며, 이를 보완하지 않은 채 정책화를 강행할 경우 원칙 전면 폐기와 국가교육위원회 해체를 촉구하는 범국민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희망교육연대(이하 국희연)는 24일 성명을 통해 국교위가 지난 13일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을 수정 의결하고 남은 문구 수정을 위원장·상임위원·특위위원장 등 4명에게 위임한 데 대해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기된 정치적 편향과 학생·학부모 보호에 대한 우려가 최종안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것은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내세우면서도 이를 실제로 구현할 객관적 기준과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학생에게 특정 견해를 주입하지 않고, 사회에서 논쟁적인 사안은 교실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루며, 학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 원칙에는 무엇이 ‘명확한 헌법적 가치’이고 무엇이 ‘논쟁적 사안’인지 구분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혐오·차별·극단주의’의 범위도 불분명하다는 게 국희연의 주장이다. 반면 교육자의 현장 판단은 “무엇보다 존중”하도록 하고 정당한 시민교육 활동을 민사·형사·행정상 책임으로부터 보호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학생의 자율적 판단을 보장할 실질적인 장치 없이 보이텔스바흐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이름만 내세운 것은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포장이자 눈속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과거 교육현장에서 정치·역사적 편향 논란이 실제 발생했던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전교조 부산지부 소속 교사들이 제작·배포한 ‘통일학교 자료집’을 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해 유죄를 확정한 사례 등을 거론하며 “교사에게는 마이크와 방패를 주면서, 편향된 교사의 판단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할 장치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PC주의와 젠더 문제를 학교시민교육의 주요 쟁점으로 지목했다. 동성애와 성별정체성, 젠더 이론, 성전환, 차별금지 정책, 낙태와 생명윤리, 혼인과 가족의 의미 등은 사회적으로 견해가 첨예하게 나뉘는 사안인 만큼 특정 관점을 ‘인권과 다양성’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의 정답으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희연은 “사람의 존엄을 존중하는 것과 특정 행위·정책·사상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구별돼야 한다”며 “찬성은 인권이고 반대는 혐오라는 교실에는 보이텔스바흐가 설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민감한 정치·역사·성·가족 문제를 수업에서 다루기 전 학부모에게 주제와 자료를 알릴 의무가 없고, 수업자료 열람권이나 이의제기권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이 교사와 다른 견해를 밝혔을 때 평가나 생활지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보호장치 역시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시민교육의 적용 범위가 특정 교과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교과수업과 비교과활동은 물론 생활지도와 상담 등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대로라면 정치·역사·북한·안보·동성애·젠더·생명·가족관 등의 쟁점이 교과의 본래 목적과 무관하게 수업과 상담, 생활지도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의성의 원칙’은 교실 정치화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교위는 의견수렴 이후 제13조를 “시의성 있는 공적 사안을 다룬다”에서 “다룰 수 있다”로 수정했지만, 선거·정당정치·계엄·탄핵·진행 중인 재판·북한 및 안보 문제 등 첨예한 정치 현안을 어떤 자료와 관점으로 다룰지는 사실상 교사의 판단에 맡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희연은 “최근의 사건이라고 해서 곧바로 교육적으로 다뤄야 할 사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시의성이라는 이름으로 교실을 정치 현안의 생중계장이나 특정 진영의 여론 형성 공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민교육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기본권과 책임을 배우고 사회적 쟁점을 사실과 논리에 따라 토론하는 교육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시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정치·역사·성·가족관을 보편적 가치로 포장해 학생들에게 사실상의 ‘정답’으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교위에 ▲‘명확한 사안’과 ‘논쟁적 사안’, ‘혐오·차별·극단주의’를 구분할 객관적 기준 마련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업자료 균형성을 검증할 독립적 이의제기·재검토 절차 도입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학부모의 사전 알 권리와 수업자료 열람권 보장 ▲학생의 합리적 반론을 ‘혐오·차별’로 낙인찍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마련 ▲시민교육 적용 범위 제한과 정치 현안에 대한 엄격한 시의성·중립성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끝으로 “보이텔스바흐는 편향교육을 가리기 위한 간판이 아니라 학생에게 특정 견해를 주입하지 말라는 실질적인 원칙”이라며 “교실에서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할 것은 교사가 자신의 이념을 가르칠 자유가 아니라 학생이 국가와 교사로부터 특정 이념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과 학부모의 보호장치 없이 이 원칙의 시행을 강행한다면 원칙의 전면 폐기와 국가교육위원회 해체를 촉구하는 범국민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학생의 생각과 양심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