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미성년자 성전환 관련 의료행위에 수천만달러 규모의 보험금이 다른 질환의 진단코드를 이용해 청구된 정황이 포착돼 미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에 따르면, HHS는 13일(현지시간) 미성년자 대상 성전환 관련 의료행위와 보험 청구 실태 등을 분석한 64쪽 분량의 보고서 ‘흰 가운을 입은 늑대들(Wolves in White Coats)’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미국 전역에서 소아·청소년 대상 젠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225개 이상의 병원과 의료시스템을 대상으로 관련 자료를 분석했다. 과학 문헌과 의료기관 자료, 보험 청구자료, 내부고발자 증언, 환자와 부모 인터뷰 등이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HHS가 특히 주목한 것은 사춘기억제제 등의 처방 과정에서 사용된 보험 진단코드다.
보고서에 따르면 약 5천만달러 규모의 사춘기억제제 관련 보험 청구에 ‘상세불명의 내분비장애(E34.9)’ 진단코드가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13~17세 환자에게 청구된 약 1천100만달러 규모의 사례에서는 ‘성조숙증(E30.1)’ 진단코드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HHS는 이 같은 청구 패턴을 토대로 실제 제공된 의료행위와 보험 청구에 사용된 진단코드가 적절하게 일치했는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고서에서 확인된 청구 가운데 잠재적으로 비정상적인 패턴을 보인 사례에 대해 HHS 감찰관실(OIG)에 조사를 의뢰했다. 감찰 의뢰에는 관련 병원과 의료기관의 보험 청구 과정에서 연방법 위반이 있었는지 살펴봐 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메흐메트 오즈 미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 청장도 실제 제공된 의료행위가 보험 청구 과정에서 불분명해지는 경우 이를 확인할 책임이 있다며 공공 의료재정의 적법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보험 청구 문제뿐 아니라 미성년자 대상 성전환 관련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의학적 근거, 의료기관의 경제적 유인 등도 다뤘다.
HHS는 사춘기억제제와 반대 성별 호르몬 투여, 일부 외과적 의료행위 등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과를 뒷받침하는 의학적 근거가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미성년자 성전환 관련 의료행위의 근거 수준을 둘러싼 논쟁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2024년 발표된 ‘캐스 리뷰(Cass Review)’를 계기로 소아·청소년 젠더 의료서비스의 의학적 근거와 치료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진 바 있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 제시된 청구 사례가 모두 불법 또는 보험사기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 보건당국은 감찰당국의 추가 조사를 통해 실제 진료 내용과 진단코드 사용, 보험 청구 과정에서 법 위반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미성년자 성전환 관련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의학적 근거를 둘러싼 기존 논쟁에 더해 의료기관의 보험 청구와 공공 의료재정 사용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