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법 개정 없는 낙태약물(미프진) 허용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정책의 법률적·의학적 문제점을 짚는 긴급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과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낙태약물 무법적 허용의 문제점'을 주제로 언론인 초청 긴급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김미애·백종헌·안상훈·서명옥·한지아 의원이 공동 주최했으며, 법률·보건의료·산부인과·의료윤리 분야 전문가 6명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조배숙 의원은 개회사에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가까이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법률 개정 없이 행정조치나 의사 재량으로 낙태약물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성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고위험 의약품을 도입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박성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국회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시키는 입법을 마련하라는 취지이지, 행정부가 법률 개정 없이 낙태약물을 허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입법 없이 행정조치만으로 약물낙태를 허용할 경우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의사들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과 의료사고 분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은혜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는 현행 의료법·약사법·모자보건법과의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며, 약물 허용만으로는 불법 유통을 막기 어렵고 산부인과 인프라와 응급의료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여성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순철 고려대 의대 교수는 "모든 태아는 보호받아야 할 생명의 주체"라며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함께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이화여대 서울병원 교수는 약물낙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다출혈, 감염, 불완전 유산 등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정확한 임신 주수 확인과 응급의료체계 구축 등 안전관리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의료인의 양심에 따른 낙태 거부권 보장을 주장했고,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은 생명존중을 의료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함께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법률 개정 없이 행정조치만으로 낙태약물을 허용하는 것은 헌법질서와 의료체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충분한 입법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여성 건강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미나를 마친 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성평등가족부를 대상으로 공개질의서를 발표했다. 공개질의서는 법률 개정 없이 낙태약물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헌법상 태아 생명 보호 의무와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임신 후기 태아 보호 기준과 위기임산부 지원 확대, 낙태약물의 안전성 검증 및 사후관리 체계 등을 정부에 질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개질의서는 특히 "입법 공백이 행정부의 독자적인 낙태약물 허용 근거가 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따른 입법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정부가 법률상 근거 없이 행정조치를 강행할 경우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통령과 관계 부처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