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이 학술지 평가 기준에 포함한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 반영 여부'를 둘러싸고 거짓 해명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평법정책연구소와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 등 700여 시민사회단체는 22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연구재단의 해명을 비판하며 교육부의 전면 조사와 관련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논란은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5일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해당 평가착안점이 "2021년 과학기술기본법 개정과 더불어 학술지평가 신청요강에 포함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성명서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도 학술지평가 신청요강에도 이미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을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평가착안점이 포함돼 있었다. 법 개정 이전부터 관련 기준이 존재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참여 단체들은 "법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평가기준이 먼저 도입됐다"며 "2021년 법 개정을 근거로 설명한 것은 사실관계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기본법을 둘러싼 해석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당 법률은 연구 과정에서 성별 등 특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학술지 투고규정에 '젠더혁신정책'을 반영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또 "법률에 없는 '젠더혁신정책'이라는 개념을 평가기준에 포함시킨 뒤 이를 법 개정에 따른 조치처럼 설명하고 있다"며 "국민과 학계를 상대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실한 해명"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연구재단이 "해당 착안점은 특정 성별 정책 또는 특정 규정의 요구나 권장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한 부분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신청요강에는 "젠더혁신정책 투고규정을 반영하고 있는가"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를 두고 "규정 반영 여부를 평가하면서 특정 규정의 요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학술지 평가 구조상 해당 기준이 단순한 참고사항에 그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KCI 등재와 학술지 인증 유지에 평가 결과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평가기준에 포함되는 순간 사실상 학회지와 연구자들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은 해당 기준이 어떤 경로를 통해 도입됐는지에 대한 의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평가착안점이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부터 존재했던 만큼, 교육부의 개입 여부와 정책 결정 과정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단체들은 "교육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해당 문구를 삽입했는지 밝혀야 하며, 교육부가 관여했다면 관련 지시 문건과 회의자료, 담당 부서, 결재라인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젠더혁신정책'이라는 개념 자체의 모호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표면적으로는 연구의 정확성과 다양성, 포용성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젠더와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성평등, 다양성·포용성 등의 이념적 개념과 결합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같은 개념을 연구윤리 평가항목에 포함시키고 학술지 투고규정 반영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학문적 엄밀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학문 영역에 특정 관점을 주입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이번 성명에서 ▲2020년도 학술지평가 신청요강에 해당 문구가 포함된 경위 공개 ▲관련 공문·회의자료·검토보고서·결재라인 전면 공개 ▲한국연구재단 해명에 대한 공식 설명 ▲2026년도 학술지인증 신청요강에서 해당 평가착안점 삭제 ▲특정 젠더 관점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 발표 등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아울러 해당 기준 도입 과정에 관여한 교육부 및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와 책임 규명, 교육부 장관의 공식 사과도 촉구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해당 조항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학문의 자유와 자유민주적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