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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천안함 16주기, ‘제복의 명예’를 조롱하는 국가에 미래는 없다

영웅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국가를 지키는 힘
음모론과 선택적 추모의 정치, 안보 흔드는 굴종적 외교 기조
국민의 기억이 대한민국을 지탱

16년 전 오늘, 차가운 백령도 앞바다에서 대한민국 해군 천안함이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침몰했다. 조국 수호라는 사명으로 함교를 지켰던 46명의 용사와 그들을 구하려다 산화한 고(故) 한주호 준위, 금양호 선원들의 희생은 우리 역사의 지워지지 않는 상흔이다. 2026년 3월 26일, 평택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16주기 추모식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슬픔과 함께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안보관을 다시금 직시하게 한다.

 

천안함 폭침은 국제 전문가들이 과학적 증거로 입증한 ‘명백한 북한의 도발’이다. 하지만 지난 16년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한 것은 진실이 아닌 비이성적인 음모론의 망령이었다. 자작극설과 충돌설 등 근거 없는 궤변이 난무했고, 정치는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개탄스러운 점은 이러한 반국가적 선동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여전히 정치권의 주류로 남아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참담한 것은 국가 안보의 무거운 책임을 진 수뇌부와 거대 여당 지도부의 태도다. 이번 16주기 추모식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국방부 장관 등 국가 최고위급 인사들의 참석 여부와 위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고위 인사들의 참석과 관련해서도 국민이 체감할 만한 책임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 차관이 참석한 이번 의전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에 대한 예우라는 점에서 그 무게와 상징성 모두 아쉬움을 남긴다. 조화 한 송이로 생색을 낼 뿐, 정작 영웅들을 기리는 현장에 충분한 책임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 역시 피하기 어렵다. ‘선택적 추모’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이들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문제 앞에서, 국가의 책임은 결코 가벼울 수 없다.

 

영웅들을 대하는 국가의 자세 또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각종 선심성 복지 예산은 수십 조 원 단위로 무리하게 팽창시키면서도, 정작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예우는 늘 뒷전이다. 복지 예산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훈 정책과 예우 수준은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전사자 유가족을 ‘골드 스타 패밀리’로 부르며 사회 최상위 계층으로 예우하는 미국의 문화는 그 자체가 강력한 국방력의 원천이다. 반면 영웅을 음모론의 희생양으로 방치하고 경제적 보상마저 인색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국가의 자격마저 의심케 한다.

 

현재 집권 세력이 보여주는 편향된 외교 기조는 이러한 비극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반미·반일 정서에 기대어 안보 협력의 본질을 흐리고, 가해자인 북한과 중국에는 굴종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을 스스로 허무는 행위다. 적의 위협이 실재함에도 ‘가짜 평화’의 환상에 빠져 대북 제재 해제를 논하는 것은 호국영령들에 대한 명백한 기만이다.

 

진실보다 편향된 진영 논리에 기대는 정치에는 미래가 없다. 천안함 용사들을 모욕하고 비극을 음모론으로 치부했던 이들이 공직에서 애국을 논하는 모순은 이제 멈춰야 한다. "제복 입은 이들이 존경받는 나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라,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에 맞서 진실을 수호하는 결단에서 시작된다.

 

국가가 그들을 외면하고 정치가 그들을 잊으려 할지라도, 우리 국민은 결코 그날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나라가 지켜주지 못하는 영웅들을 이제는 국민의 기억과 존경으로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 16년이 지난 오늘, 여전히 바다 아래 있는 영웅들의 외침에 답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자 강한 안보의 시작이다.

 

[기고 - 박진우]